
“제 가게를 하고 싶었던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다치셨을 뿐입니다”
개인파산 상담을 하다 보면, 스스로 선택한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사람을 만납니다. 하고 싶어서 시작한 장사가 아니라, 누군가 쓰러져서 대신 붙잡은 장사인 경우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의뢰인은 해외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돌아와 보육교사로 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2019년, 배달을 나가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부모님이 오래 운영해 온 중식당을 그대로 닫을 수는 없어, 의뢰인이 가게를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개업 직후 코로나19가 시작되어 3년을 갔습니다.
신청 당시 남은 것은 총채무 8억 9,318만 원과 무직·소득 0원, 그리고 경추 디스크와 공황·불안장애 진단서였습니다. 의뢰인이 수원회생법원에서 개인파산 전액 면책을 받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보육교사였던 사람에게 왜 9억에 가까운 빚이 남았을까요?
의뢰인의 채무는 흥청망청 쓴 돈이 아니라, 떠안은 자리에서 불어난 돈이었습니다.
첫째, 준비 없이 시작된 사업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사고로 갑작스럽게 가게를 인수한 터라, 자영업 경험도 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개업하자마자 코로나19가 닥쳤습니다. 매출은 회복될 기미가 없는데 임차료와 인건비, 재료비는 매달 그대로였습니다. 부족한 운영자금은 여러 금융기관 대출로 메웠고, 그 대출의 이자를 다시 다른 대출로 막는 돌려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둘째, 가족의 채무가 의뢰인 이름으로 옮겨왔습니다. 부모님 명의로는 더 이상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의뢰인 명의로 돈을 빌려 부모님 채무를 대신 갚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머니가 건물을 매입할 때 받은 은행 대출도 의뢰인 명의로 차환되었는데, 그 금액만 약 8억 2,000만 원이었습니다. 이 채무는 재산은 가족에게, 채무자 지위는 의뢰인에게 남는 구조였습니다.
셋째, 리모델링 공사에서 큰돈을 잃었습니다. 어머니 건물 리모델링 자금으로 외조모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2억 원을 조달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업자의 속임수로 상당한 자금이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자금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이전한 중식당마저 영업 부진을 겪었고, 결국 2023년 9월 폐업했습니다.
폐업 후 남은 것은 채무뿐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소유 건물에 경매절차까지 개시되면서 가족 전체가 주거 위기에 놓였고, 의뢰인은 무직 상태에서 경추 디스크와 공황·불안장애, 우울감으로 일상적인 근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는데도 파산이 될까요?
이 사건에는 넘어야 할 벽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갑작스럽게 사업을 인수해 코로나 국면을 버티는 동안 상업장부를 제대로 작성·보존하지 못했습니다. 면책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은 실제로 면책불허가사유로 인정되었습니다. 여기서 절차가 멈추면 8억 9,318만 원의 채무는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채무자회생법은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더라도 법원이 파산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하여 재량으로 면책을 허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564조 제2항). 이 사건의 승패는 “잘못이 있었느냐”가 아니라, 그 잘못을 둘러싼 사정 전체를 법원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김앤파트너스는 무엇을 했을까요?
1. 파산관재인 조사에 4차례에 걸쳐 대응했습니다. 파산관재인의 자료제출 요청에 2023년 12월 6일, 12월 20일, 12월 27일, 그리고 2024년 12월 4일까지 총 네 차례 관련 자료를 제출하며 조사에 빠짐없이 응했습니다. 채무 구조가 복잡한 사건일수록 관재인의 의문이 남으면 절차가 길어집니다.
2. 뒤엉킨 채무를 목적별로 풀어 설명했습니다. 본인의 실질 사업 채무, 부모님 채무를 대신 갚기 위한 채무, 어머니 건물 매입 대출의 차환 명의 채무, 외조모 아파트를 담보로 한 리모델링 자금 채무가 한 사람 이름 아래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를 금융기관별·금액별·사용 목적별로 구분해 진술서에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왜 이 돈이 이 사람 빚이 되었는지”를 서류만 보고도 따라갈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3. 내 돈이 아닌 200만 원을 재산에서 걷어냈습니다. 보정명령(2023.10.25.)에 대응한 보정서(2023.12.26.)에서, 제3자가 착오로 송금한 200만 원이 의뢰인 계좌에 들어와 있으나 이는 파산면책 후 반환해야 할 돈이라는 점을 자필 진술서·거래내역·부채증명서와 함께 소명했습니다. 그 결과 해당 금액이 의뢰인의 재산으로 계상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후 주소보정명령(2023.12.27.)에도 즉시 대응해 절차가 지연되지 않도록 관리했습니다.
4. 재량면책의 근거를 소명자료로 쌓았습니다.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업 인수 경위,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 파탄, 리모델링 업자로 인한 자금 손실, 다수 질환에 따른 노동능력 저하를 각각의 소명자료와 함께 체계적으로 제출했습니다. 상업장부 미기재라는 면책불허가사유가 존재했음에도, 법원은 이 사정들을 참작해 재량 면책을 허가했습니다.
결과 — 8억 9,318만 원, 전액 면책
| 구분 | 신청 당시 | 면책 후 |
|---|---|---|
| 총채무 | 893,184,182원 (약 8억 9,318만 원) | 0원 |
| 면책채무액 | — | 893,184,182원 전액 면책 |
| 월 소득 | 무직 · 소득 없음 | — |
| 면책불허가사유 | 상업장부 미기재 (인정) | 재량면책 허가 (채무자회생법 제564조 제2항) |
| 관할법원 | 수원회생법원 | 2025년 5월 8일 면책결정 |
| 소요기간 | 2023년 10월 11일 신청 | 약 1년 7개월 |
신청부터 면책결정까지 1년 7개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채무 구조가 복잡하고 면책불허가사유까지 인정된 사건에서 채무 전액이 면책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개인파산 신청을 하면 면책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Q2.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있을 경우 파산신청을 할 수 없나요?
Q3. 상업장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는데도 면책을 받을 수 있나요?
Q4. 가족의 빚을 대신 갚느라 제 이름으로 생긴 채무도 면책되나요?
마무리
가족의 사고로 떠안은 가게, 내 이름으로 옮겨온 가족의 대출, 예상할 수 없었던 감염병과 공사 피해. 이런 사정들은 서류에 저절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누군가 하나하나 구분해 정리하고, 자료로 뒷받침해 법원에 전달해야 비로소 “참작할 사정”이 됩니다.
면책불허가사유가 있다는 말은 면책이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지 않습니다. 다만 그 경우 파산에 이른 경위를 얼마나 성실하고 구체적으로 소명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물론 면책 여부와 소요기간 등은 채무의 성격, 재산 관계, 소득과 건강 상태 등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혼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나는 안 될 것 같다”고 결론 내리기 전에, 사건 자료를 놓고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가 함께 살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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