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데 매출이 없습니다”
R&D 중심 바이오벤처의 가장 큰 특이성은 매출이 없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 아래 수년간 연구비만 지출하고, 상용화에 도달하기 전에는 매출 0이 기본값입니다. 이 회사도 그랬습니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고, 기업부설연구소를 운영했고, 공공·민간 R&D 사업에 선정된 이력도 있었습니다. 외형은 유망 바이오 스타트업의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직원이 모두 떠난 대표 1인 체제였습니다.
자금이 빠져나간 다섯 단계
매출이 없는 R&D 회사가 자금을 잃는 방식은 다른 업종과 완전히 다릅니다. 이 회사의 사례를 단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R&D 누적 투입 — 차세대 면역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수년간 연구비를 지속 지출했습니다. 상용화 전이라 매출은 0.
- 개인자금 투입 —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표 개인의 청약저축, 개인연금 해지 등으로 수억 원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 금융 채무 누적 — 기술보증 기반의 운전자금 대출, 연구자재 구매비, 특허 유지비 등으로 채무가 쌓였습니다.
- 임대료 체납 → 보증금 상계 — 월 임대료가 밀리기 시작하면서 보증금이 자동 상계되었고, 결국 연구공간을 잃었습니다.
- 조직 붕괴 — 2024년경 전 직원이 퇴사하면서 사실상 법인이 정지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채무 10~12억의 구조
| 채무 유형 | 특성 |
|---|---|
| 기술보증·정책금융 채무 | 보증기관 구상채권이 함께 발생할 가능성 |
| 일반 금융채무 | 운전자금·신용대출 |
| 상거래채무 | 연구자재·용역비 |
| 미지급 급여·퇴직금 (근로채권) | 우선변제권 보유 |
| 고용·조세 관련 (재단채권) | 우선변제권 보유 |
총 규모는 약 10~12억 원이었습니다.
“장부 7,000만 원, 실질 0원”의 함정
자산 쪽에 똑같은 패턴이 반복됩니다. 장부상 자산은 약 7,000만 원으로 잡혀 있었지만 실제 환가가치는 사실상 0원이었습니다.
- 특허·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자산 — 매각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 매수자가 없거나, 있어도 헐값.
- 연구장비 — 특수 목적 장비라 일반 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형성되지 않음.
- 임차보증금 — 체납 임대료로 자동 상계되어 잔여 가치 없음.
R&D 중심 회사의 자산은 본질적으로 “미래 가치”를 전제로 한 회계 처리입니다. 회사가 살아 있을 때는 자산이지만, 멈추는 순간 회수 가능성이 0에 수렴합니다. 이 차이를 법원에 설명하지 못하면 채무초과 입증이 막히고, 신청은 보정 또는 기각으로 흘러갑니다.
4축 정리
| 내용 | |
|---|---|
| 지급불능·채무초과 입증 | 매출 부재 + 누적 적자 + 임대 보증금 상계까지 시간순 정리 |
| 재무 실사 | 장부 자산과 실제 환가값의 괴리를 항목별로 분해해 객관화 |
| 개별 추심 차단 | 다수 채권자의 분산된 추심 시도를 파산 절차 안으로 통합 |
| 1인 대표 실무 보강 | 직원 부재 상황에서 자료 정리·심문 답변·관재인 협조 일체 지원 |
결과
법원에서 절차가 성공적으로 종결되었습니다. 다수 채권자가 형평하게 정리되었고, 대표는 추가 추심 압박에서 벗어나 다음 행보를 모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 조건의 회사들에게 직접적 참고가 됩니다.
- 매출이 지연되는 R&D 업종
- 현금흐름이 구조적으로 악화되는 기업
- 임차보증금이 임대료 체납으로 상계된 사업장
- 대표 1인 체제로 운영되는 사실상 정지 상태 법인
- 더 이상 사재 투입이 불가능한 단계의 스타트업
R&D 중심 회사의 파산은 매출형 회사의 파산과 완전히 다른 문법으로 풀려야 합니다. 장부 자산을 그대로 들고 가면 채무초과 입증에서 막히고, 무형자산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하면 회수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오인됩니다. 이 두 함정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R&D 회사 법인파산의 출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