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만든 기술을, 거래처가 가져갔습니다”
이 사건이 다른 사건들과 구별되는 지점은 회사가 망한 이유가 시장 변화나 외부 충격이 아니라 거래처에 의한 기술 도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회사는 미용 및 통증완화 기기를 개발·제조하는 중소기업으로, 혁신적 기술력으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뢰가 들어왔을 때는 임직원이 모두 떠나고 사실상 영업이 멈춘 상태였습니다.
회사를 멈춘 사슬은 다음과 같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 핵심 거래처가 회사 인력을 빼냄
- 빼낸 인력을 통해 기술을 도용해 유사제품 출시
- 회사는 기술 자산 보호를 위해 수년간 특허소송을 진행
- 동시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병·의원 대상 영업채널이 단절
- 법인 계좌 압류까지 이어지며 경영 불능 상태 도달
기술 보호 비용과 매출 단절이 동시에 들이닥치면 회사는 빠르게 무너집니다.
채무 약 11억 vs 보증 부담
| 채무 항목 | 금액 |
|---|---|
| 상거래 미지급금 | 약 5억 7천만 원 |
| 금융권 대출 + 보증 | 약 5억 원 |
| 총 채무 | 약 11억 원 |
이 사건의 가장 까다로운 지점은 채무의 상당 부분에 대표가 직접 연대보증을 진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표의 주거용 부동산에도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어, 회사 정리만으로는 대표의 신변이 보호되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정리 전략 — 3축 동시 진행
법무법인은 이 사건을 세 축으로 동시에 풀었습니다.
1. 도산 원인의 외부성 입증
특허 분쟁과 팬데믹이 회사 운영 부실의 원인임을 객관 자료로 정리해, 신속한 선고를 유도했습니다. 핵심 거래처의 기술 도용 시점과 그 이후 매출 추이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회사의 책임이 아닌 외부 환경의 결과임을 보였습니다.
2. 법인파산 + 개인파산 동시 설계
대표가 진 연대보증 채무와 주거용 부동산의 근저당 부담을 풀기 위해, 법인파산과 별개로 대표 개인의 파산 절차를 병행 진행했습니다. 이 설계가 핵심이었던 이유는, 법인 절차만 끝내고 개인 절차를 미루면 보증채권자의 추심이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3. 과거 장부·계좌 정밀 분석
기술 도용을 둘러싼 분쟁이 있었던 사건이므로, 회사 자금 흐름에 대한 의심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과거 장부와 계좌 기록을 정밀 분석해 자산 은닉이나 편파 변제 의혹을 사전에 차단했습니다.
결과
서울회생법원에서 파산선고가 내려지고 절차가 성공적으로 종결되었습니다. 법인 차원의 채무가 정리되고, 대표 개인의 주거권까지 함께 보호되는 구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같은 종류의 분쟁을 겪는 회사들에게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술 분쟁이 장기화되면 회사 자체의 생존이 위협받습니다. 특허 보호는 정당한 권리 행사이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시간은 본업의 운영자금을 빼앗아갑니다. 분쟁이 시작되는 시점에 본업의 자금 사슬이 함께 무너지지 않도록 별도 자금 계획이 필요합니다.
둘째, 대표 개인 연대보증이 있는 사건은 처음부터 두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법인파산만 진행하고 개인 절차를 미루면, 회사 정리 후 곧바로 보증채권자의 추심이 시작됩니다. 두 절차를 동시 또는 순차로 설계해야 대표의 신변까지 정리됩니다.
셋째, 분쟁 이력이 있는 회사는 자료의 일관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과거 자금 흐름에 대한 의심이 따라붙기 쉬우므로, 신청 단계에서 장부와 계좌 흐름의 일관성을 객관 자료로 입증해두면 심문 단계에서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법인파산은 사업의 종말이 아니라, 채권자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경영자를 법적 부담에서 풀어주는 책임 있는 마무리 절차입니다. 분쟁과 외부 충격이 겹친 사건일수록, 이 절차를 적정 시점에 선택하는 결정이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가장 덜 손해 보는 길입니다.



